몰타와 조지왕자
몰타 정부가 조지 왕자의 상어 이빨 돌려달라는 이유
사진 속 영국의 조지 왕자가 큰 뼛조각을 신기한 듯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윌리엄 왕세손은 곁에서 활짝 웃고 있고 동생 루이스 왕자도 뼛조각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조지 왕자가 들고 있는 뼛조각은 거대 상어 '메갈로돈'의 이빨 화석입니다. 메갈로돈은 '거대한 이빨'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로, 2천3백만 년 전 지구에 나타났다가 멸종된 동물입니다. 이빨이 2백여 개에 이르고 몸길이는 최대 16m나 되는 역사상 몸집이 가장 큰 육식성 어류로, 최근 할리우드 영화의 소재로도 잘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이 공개되자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이 이빨 화석이 몰타에서 출토된 것이니 처음에 발굴된 곳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메갈로돈의 이빨은 어떻게 조지 왕자의 손으로 들어갔을까요?
지난 24일 영국 런던의 켄싱턴궁에서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영국 왕실이 참석하는 비공개 소규모 시사회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신작 다큐 영화 'A Life On Our Planet'이 상영됐습니다.
애튼버러는 유명한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자연 다큐멘터리 진행자 겸 해설가로, 1985년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BBC의 유명 자연 다큐멘터리들이 그의 내레이션을 통해 소개되면서 전 세계 다큐 애호가들에게 그의 목소리는 매우 친숙합니다. 올해 94살의 고령이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면서 자연과 환경 보호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애튼버러의 시사회에는 윌리엄 왕세손이 아내 케이트 미들턴, 그리고 세 자녀 조지, 샬럿, 루이스를 대동했습니다. 시사회가 끝난 직후 애튼버러는 윌리엄 왕세손의 장남 조지 왕자에게 이 메갈로돈 이빨 화석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올해 7살인 조지 왕자는 할아버지 찰스 왕세자, 아버지 윌리엄 왕세손에 이어 영국의 왕위 계승 서열 세 번째입니다. 애튼버러의 선물에는 시사회에 참석해준 영국 왕실에 대한 감사의 뜻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애튼버러가 조지 왕자에게 ‘이빨 화석’을 선물한 뒤 윌리엄 왕세손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애튼버러는 메갈로돈 이빨 화석을 1960년대 말 몰타에서 습득했다고 영국 왕실은 밝혔습니다. 당시 몰타로 가족 여행을 간 애튼버러는 부드러운 석회암층에서 이빨 화석을 발견하고 영국으로 가져갔습니다. 이때 애튼버러의 나이는 40살 전후로, 그의 이름이 지금보다는 덜 알려진 시기였습니다.
몰타에서 발굴된 메갈로돈 화석이 조지 왕자에게 건네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몰타 정부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호세 에레라 몰타 문화부 장관은 이 화석을 몰타 국가유산 목록에 등재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현지 언론의 질의에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레라 장관은 "몰타의 자연유산에 중요한 일부 유물이 해외에서 발견돼 마땅히 환수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와 예술 유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자연사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태도를 바꿔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몰타 정부의 메갈로돈 화석 환수 방침을 보도한 몰타 언론 기사
애튼버러에게 이번 사태는 뼈아플 것입니다. 비록 50년도 더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메갈로돈 이빨을 가져간 행위는 자연 유산에 대한 몰이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동시에 그동안 자신이 그토록 부르짖어 온 자연과 환경에 대한 존중과 보호라는 가치와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환경운동가로 꼽히는 애튼버러의 명성에도 금이 가는 일이 분명합니다. 더군다나 영문도 모르고 화석 선물을 덜컥 받은 영국 왕실도 도매금으로 비난받을 처지에 몰렸으니 애튼버러로서는 가시방석에 앉은 심정일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애튼버러가 조지 왕자에게 이빨 화석을 선물한 날은 기네스로부터 최단시간 소셜네트워크 팔로워 100만 명 돌파 기록을 인증받은 날이었습니다.
애튼버러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처음 가입했습니다. 현재 지구가 직면한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첫 번째 게시물에서 녹아내리는 빙하 등을 열거하며 "지구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첫 게시물을 올린 지 불과 4시간 만에 팔로워는 100만 명을 가볍게 넘었습니다.
몰타 정부는 영국 왕실로부터 메갈로돈 화석을 어떻게 돌려받을지에 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몰타는 1964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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